Ordinary People


학교를 휴학하고 그간 회사도 다니고, 이직도 하고, 집도 구했다. 돈을 목표로 움직이는 건 아니고, 일단 의식주를 해결해야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아 한 선택이다. 예전부터 계속 든 의문이 있는데, 그냥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고,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개처럼 일하고, 사회에 융화되어 살다가 어느새 나이가 들어 노년을 맞이하는 삶을 사는 게 사실은 나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삶인 건 아닐까? 미생 속 장그래처럼 개같은 상사한테 깨져서 스트레스와 함께 자신의 무력함도 느껴보고, 동료와 힘든 프로젝트를 하면서 동료애도 느껴보고, 힘듦 속에서도 자신을 위해서든, 가족을 위해서든, 무언가를 위해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반복되는 희로애락의 일상 속 의미를 찾고 그걸 동력 삼아 지속하는 삶. 이런 게 사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옛날부터 계속 들었다. 결국 훌륭한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평범함 속에서 지속 가능한 의미를 찾는 것에 귀결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회사나 일상 속에서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자신만의 어떤 이치나 결론에 도달하고, 평범함 속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으며 사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난 이런 사람들이 어떤 명확한 유형의 결과물을 만들지 않더라도, 이들의 삶의 태도 자체가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평범함 속에 들어가 회사를 다니고 생활을 몇 개월 하다 보면 또 지루한 권태와 뭔가에 대한 욕망이 자꾸 올라온다는 것이다. 사회가 인정하는 돈이나 인정 같은 건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도, 움직일 동력을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사회라는 게임의 목표와 룰이 너무 시시하고 뻔해서 재미없는 느낌? 돈도 의식주만 얼추 해결되면 크게 욕심도 없다. 그러다 보니 평범함과 안정을 찾게 되어도 나의 사명과 삶의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결국 어떤 목표나 신념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채워야 만족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요즘 베르세르크를 보고 있다. 중간에 가츠가 매의 단 속에서 사람들의 온기와 자신의 쓸모를 찾으며 자신이 속할 곳을 찾았지만, 결국 매의 단을 나오고 다시 자신의 무언가를 찾기 위해 떠난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 사실 자신이 찾고 있던 건 매의 단 사람들과의 가족 같은 유대와 사랑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가츠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떠난다. 모두가 찾는 자신을 인도해 줄 그 무언가, 이게 사실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있지도 않는 화성을 계속해서 찾으며 헤매다 죽는 게 인간의 삶인가? 그럼 그 끝은 어떤데? 평범함과 안정에 귀결하는 건가? 하지만 그 평범함과 안정도 시간이 지나면 권태로워서 전부 다 포기하고서라도 그 무언가를 찾아 떠나고 싶어지는데? 그냥 이게 무한 반복이다. 권태와 안정 사이에서 계속해서 윤회하는 게 그냥 인간의 삶인가 보다.

뭐든 막상 얻게 되면 그전의 설렘과 기대는 확 죽고 허무함과 공허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막상 직장을 구해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채워도, 주식으로 돈을 존나게 벌어도 막상 그 목표에 도달하면 설렘과 기쁨이 확 죽고 마음이 공허해진다. 이번에도 그토록 원하던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갖고 싶었던 것들로 채워 넣었는데도, 그 과정은 계속 계획 세우고 실행하고 상상하면서 설레고 기뻤는데 다 채워 놓으니까 진짜 마음이 확 식으면서 "기대보다 그냥 그렇네? 생각보다 기쁘지는 않네?" 싶더라. 근데 좀 걱정인 건 어떤 삶의 방향성과 목표가 생기고, 그걸 이루었을 때도 이런 심정이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이다. 모든 게 다 그 끝에는 허무와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면 어떤 걸 동력으로 삼아 살아가야 하지? 결국 귀결되는 건 타인을 위해서인가? 아직 이 단계까지 도달하기에는 조금 더 거쳐야 할 단계가 남은 듯하다.

아즈망가 대왕이나 요츠바랑! 등을 보면 평범함 속에 인생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런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나? 근데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부산댁이나 요츠바 같은 요상하고 일상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없는데? 저 만화 속 일상이 즐거워 보이는 이유는 저런 캐릭터 덕분인데. 스즈미야 하루히도 마찬가지고. 누구나 평범한 일상 속에 살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꿈이나 갈망을 함께 나눌 누군가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베르세르크의 가츠도, 배가본드의 무사시도, 오혁도 진짜 찾고 있던 건 무언가가 아닌 누군가였던 것 같네. 무언가도 중요하지만 결국 누군가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 갈증은 끊임없을 듯하다. 그게 평범한 삶이든, 종횡무진 무언가를 찾아 방황하는 삶이든, 모든 리스크를 짊어지고 무언가에 몰입하는 삶이든 결국 무언가와 누군가를 찾기 위한 과정일 뿐, 그것들만 충족된다면 삶의 모습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2026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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